
저는 지금 전오동씨와 함께 살고 있지만
가끔 이름을 다른걸로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한번씩 제 이름도 김태희나 전지현이었다면 어땠을까
정우성, 강동원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해보셨죠?
저희 동네에는 길고양이가 많이 돌아다녀요. 저도 고양이를 모시다보니 아이들한테 밥을 챙겨주는 일이 많고,
그 때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보면 이름을 지어주느라 고민합니다.

얘는 '똥글이'입니다. 어릴때 얼굴이 진짜 동글동글해서 똥글이에요.
제가 아는 것만 출산을 2번이나 겪은 아이입니다. (현재도 임신중_)
저희 동네는 이상하게 수컷들이 많아서 암컷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발정기가 되면 똥글이가 항상 고생하고 있네요ㅠㅠ
중성화를 시켜주고싶지만 절대 곁을 내주지않아서
먹는거라도 잘먹길 바라며 챙겨주고 있어요.

사람은 인지하는 모든 것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름을 짓는 것이라고 합니다.
동물과 식물은 물론 자연물과 인공물, 개인이나 단체 등에 이름을 지어
그 대상을 더욱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 '꽃' 中 -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의 이 구절은
우리의 삶에서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름에는 크게 두가지의 의미가 있는데요,
하나는 이름을 통해 가족구성원을 구분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소망과 기원의 의미를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전오동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동이의 이름은 발견한 장소와 관계가 있습니다.
오동이가 발견된 곳이 커다란 오동나무 밑이였거든요~
발견 당시 왜소한 크기에 허피스를 앓고 있던 아이라
어미가 버리고 갔을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어디 다리가 다치거나 한 것도 아니고 나무 밑에
누가 거기 두고 간 것처럼 그대로 있었거든요.
1주일동안 아픈 몸과 주린 배를 붙잡고서
목청껏 외쳐대던 소리를 듣다못한 어머니가
구조한 것을 시작으로 저희집 막내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때의 작고 허약하던 아이는 어느덧 엄마의 사랑과
언니들의 과보호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
어엿한 뚱냥이가 되었습니다. (얼굴은 작은데 몸만 커...)

너무 이름을 대충 지었나싶었는데, 찾아보니까
오동나무가 서양에서는 여왕나무라고 불린다네요.
(어쩐지 하는 행동이 지가 여왕처럼 그러더라니)
오동나무는 가볍고 방습과 방충에 강해 장, 상자, 악기에도
많이 활용되고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으면 뜰 안에
오동나무를 심어 결혼할 때 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어떠한 길조가 있을 때 나타난다는
상상의 동물 '봉황'이 즐겨앉았다고 하네요.

점점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되면서
사람이름으로 고양이를 짓는 추세가 점점 증가되고
그 의미를 담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